의료서비스산업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이 환자를 직접 만나 진찰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서비스 종류와 행위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직자들이 행정서비스를 일종의 국민들에 대한 시혜나 권력으로 인지하고 있는 한 서비스와 관련된 배려와 봉사의 개념에 제대로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일회성 쇼나 말장난으로 끝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추가적인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모든 매체를 통해 홍보하면서 의사들의 객관적인 대안과 시범사업의 요구를 뿌리치고 시행한 의약분업 이후 의료비 폭등의 현실 앞에 아무도 책임지는 공직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있다. 역시 2년 전에 의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스톱 진료의 효율성을 홍보하며 시작한 포괄수가제도 역시 재정의 부담을 넘지 못하고 마취료와 수술료를 별도로 분리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마취와 수술을 분리하면 행위별 수가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환자만 불편하고 부담이 늘어날 뿐이다.

지금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시범사업이라면서 지역이나 의료기관도 공개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하고 있는 원격의료 정책도 똑같다. 국민 누가 그 비싼 장비들을 구비하거나 또는 동네마다 센타를 만든다고 해도 누가 야밤까지 그것을 운영하며 그런 가외의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렇게 해도 결국 환자가 의사를 직접 만나러 병원으로 가야한다면 괜히 허비한 시간과 비용만 부담으로 남을 뿐이다. 모든 것이 국민들의 부담이다.

모든 문제가 서비스의 개념에 충실하지 못하고 전문가 집단의 충정에서 우러난 진정한 의견을 무시하는 결과다. 의료 서비스는 환자와 의사의 만남과 진찰에서 시작되는 서비스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일상적인 화상회의하는 수준의 개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기술은 의사들의 실력과 환자들의 협조로 이루어지는 서비스 기술이지 기계적 개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의료서비스를 선진화 산업화 하는 것의 첫 걸음은 정당한 의료비의 지출이고 정당한 의료비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바탕으로 재투자가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병원 근로자(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식당근무자, 미화원 등), 의료기기 개발업자, 임상3상 연구자, 의과대학 교수, 유학원(외국학생의 국내유학), 출판업 등등 의료의 산업화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로 하여금 폐업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국내 의료제도의 실질적인 개혁을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