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에 10km를 달리겠다는 오늘 밤의 나는 모든 자명종 시계를 머리 맡과 침대 건너편 책상 위에 갖다 놓는 것이 할 수 있는 수의 전부다. 뿐만 아니라 밤의 나는 내일 아침에는 존재하지도 않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냥 따뜻한 침대 속에서 조금 더 즐기고 싶은 내일 아침의 나는 두 번째 행위자로서 어제 밤의 내가 취한 공약에 대해 최선의 대응은 침대 밖으로 나와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위협과 약속이라는 조건부 수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규정한 '대응규칙 매뉴얼'을 사전에 정리해 두어야 한다. '위협'은 상대가 내가 바라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에 처벌하는 대응규칙이며, '약속'은 상대방이 내가 바라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규칙이다. 즉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나의 '대응'을 규정한다.

실제 상황에서 내가 후속 행위자가 된다고 해도, 대응규칙은 상대가 수를 두기 '전에' 이미 세워져 있어야 한다. DMZ 내 북한군의 공격이 있을 때 우리 군의 대응 보복 규칙이나 부모가 아이에게 "시금치를 먹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은 없다."고 말하는 것 등이 대응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규칙은 아이가 시금치를 강아지에게 던져 주기 전에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DMZ 도발도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폭격 사태 때 이미 북한에 생생하게 전달되었어야 했다. 그래야 햇빛 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투적 대응규칙의 신빙성을 보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때가 되면 미리 말한 대로 실제로 선택할 것임을 보증해야 하는 것이다. 두 의료기관 사이에 비급여 진료 서비스의 가격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양측이 결탁해서 가격 카르텔이나 독점을 협정으로 맺기만 하면 쌍방 모두 공동이익이 최대가 될 것이다.

만약 양측 모두 정가를 상대보다 낮춰 버린다면 이익을 현재의 거의 절반 수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즉 각자가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양쪽 모두 패하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나 패-패의 게임이 된다.  이 때 한쪽이 가격을 높게 유지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대는 언제든지 가격을 낮춤으로써 먼저 공약한 쪽을 간단히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당한 조건부 수는 없는 것일까? '상대가 가격을 내린다면 나도 함께 내리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고, '상대가 독점 가격을 유지하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다. 문제는 홍보 브로셔에 가격을 어떻게 인쇄할 것인지 상황 자체가 동시적이고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정해야 한다면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 상대의 가격을 보고 우리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 

신문지에 끼어있는 옷이나 일상용품의 전단지들에서 한번씩 볼 수 있는 '최저가 보장"이란 문구가 바로 이럴 때 사용하는 재치있는 협박 장치다. 일단 내 브로셔에는 나의 정가를 찍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서비스하는 곳이 있으면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맞춰드리겠습니다.'라고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가격 때문에 흔들릴 수 있었던 고객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멋진 수가 된다.

중요한 것은 첫째는 과학, 즉 '무엇을'의 측면으로 상대의 가격인하에도 그대로 대응한다는 위협이며, 다른 하나는 기술, 즉 '어떻게'의 측면으로 앞의 위협이 가능하고도 신빙성 있도록 만드는 문구, 즉 '최저가 보장'을 삽입하는 것이다.